자신을 아끼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.
“자신을 아낀다.”
무척이나 뻔한 말이지만, 우리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대개 뻔한 것들 아니던가요? 진부한 말들이 머릿속에만 앉아있지 않고 마음 속으로 깊이 다가올 때 그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나에게 진짜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.
## 시드니에서 발견한 것
저는 지금 시드니로 워케이션을 와있습니다. 회사에서 자유로운 리모트 근무를 허용해줘서, 이 기회에 해외에서 리모트 근무를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.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, 그 전에 해외 여행을 자주 다니던 저에게는 너무나 오랜만의 여행입니다. 아니 참 놀러 온 게 아니라 일하러 온 겁니다😉
오랜만에 새로운 나라에 와있으니 새롭게 느껴지는 게 참 많은데요,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는 겁니다. 시내에서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. 그 중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있습니다. 상의 탈의를 하고 뛰는 사람들도 있습니다(몸을 보니 이유가 있더군요). 주말 아침에 헬스장을 가봤는데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. 몇몇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여가 시간에 뭐 하냐고 물어보니 아침에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.
솔직히 엄청 예쁜 몸, 엄청 좋은 체력을 만들기 위해 철저하게 관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, 그래도 운동이라는 것이 이 사람들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. 물론 이것 역시 새로운 여행지에 와있으니 괜히 과장되어 보이는 것일 수 있겠죠?
아무튼 이런 모습을 보며 제가 평소에 하던 생각이 머릿속에 더욱 강하게 떠올랐습니다. 나를 더 존중하고 아껴야 한다.
## 자신을 아끼는 두 가지 방법
자신을 아끼는 것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. (1) 하나는 나를 존중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고, (2) 다른 하나는 나를 망치는 행위를 당장 멈추는 것입니다.
전자의 예시는 좋은 습관들을 만드는 게 있습니다. 아래에서 더 소개드릴 테지만 운동이나 독서 같은 것이 있습니다. 반대로 후자의 예시는 틈날 때마다 생각없이 릴스 스크롤하기, (습관적으로) 하루종일 누워서 유튜브 보기, (습관적으로) 밤 늦게 과자/라면 먹기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. 찔리시나요? 저도 쓰면서 찔립니다.
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.
## 나를 존중하는 행위
대표적으로 몸 관리가 있습니다. 멋진 몸, 날씬한 몸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(그렇게 되어도 좋겠지만요). 어떤 멋진 결과를 바라기보다는 그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. 내가 내 몸을 가꾼다는 그 행위. 내가 나를 존중하고 나를 외적으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그 의미.
명상이라는 것을 ‘온전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행위’라고 말한다면, 제 경험상 운동은 명상과도 같습니다. 웨이트를 들며, 혹은 두 다리를 움직이며, 혹은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내 몸에 느껴지는 자극과 가빠지는 숨을 느끼기 때문이죠. 그 과정을 반복하며 내가 더 건강해지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습니다.
몸 관리와 더불어 마음 관리도 중요합니다. 이것도 몇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, 한 가지는 평소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지하는 것이 있습니다. 감정이라는 놈은 때때로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, 반대로 잔잔하게 다가오며 나를 천천히 잠식하기도 합니다. 어떤 방식이든,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의식적으로 느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.
내가 평소에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는지, 긍정적인 감정을 많이 느끼는지. 언제 부정적/긍정적 감정을 느끼는지. 또 특정 감정이 느껴졌을 때 내 행동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. 이런 것들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.
고백하자면 저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저에게 생각보다 애같은 면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. 저는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는 대표적인 ‘자격’ 중 하나가 자신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, 한번은 제가 원하는 것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짜증내고 답답해하는 제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(사실 여러 번).
짜증낼 수 있죠. 답답해할 수 있구요. 하지만 그 감정에만 머물러있고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애같은 모습이고, 저의 이런 모습을 알아차린 뒤에는 더 나아지려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.
그럼 내가 가진 감정은 어떻게 잘 인지할 수 있을까요? 나 자신을 자주 돌아봐야 합니다.
예를 들어 내가 어떤 행동을 했다고 쳐볼까요. 그 행동은 왜 했을까요? 잘 생각해보면, 특정 행동은 특정 감정으로부터 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. 이런 것을 잘 기억해둬야 합니다. 아,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구나.
감정 뿐만이 아닙니다. 내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것도 중요합니다. 나는 나 자신, 그리고 내 삶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지?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 거지?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거지? 이런 생각을 놓지 않아야 합니다.
물론 애초에 별 생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. 우리는 12년 동안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교육을 받아오지 못했으니까요. 그런 경우에는 좋은 책을 읽거나, 그런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, 롤모델을 찾는 것 등이 좋은 방법입니다. 이런 것들이 모두 내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들입니다.
사실 위에 나열한 것 외에도 나를 존중하고 가꾸는 행위는 정말 많습니다. 좋은 루틴 만들기,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기, 에필로그 레터 읽기(농담입니다), 에필로그 박물관에서 나에 대한 글 쓰기(농담일까요?) 등.
어떻게 보면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인데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들입니다.
## 꿀팁 : B.J. Fogg의 행동 모델
B.J. Fogg라는 유명한 학자가 있습니다. 이 분이 개발한 행동 모델이 매우 유명한데요, 쉽게 말하면 한 사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요소가 있는데, 이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모델입니다.
이 분이 말씀하신 세 가지 요소는 이렇습니다 : 동기부여, 능력(난이도), 트리거
나 자신을 존중하고 가꿀 수 있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 위 세 가지가 잘 조합이 된 환경을 세팅해보는 게 어떨까요?
내가 충분히 하고 싶고(동기부여),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지 않은(능력) 목표를 찾고, 주기적으로 나에게 알림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두는 것입니다. 에필로그 박물관이 더욱 더 잘 해보려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.
## 나를 망치는 행위는?
물론 나쁜 습관은 모두 없애고 좋은 습관만 갖기는 어렵습니다. 세상에 그런 완벽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. 그런 사람들은 인간미가 없을 것 같아요(라고 합리화).
그렇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하나씩 쌓아가고, 나쁜 습관 중 나를 가장 심하게 망치는 것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없애가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.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니까요. 이것이 제가 저 자신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 중 하나입니다.
내가 가진 나쁜 습관은 무엇이 있나요?
하고 나면 왠지 기분이 찝찝한 습관(저에게는 인스타 릴스가 그렇습니다), 스스로 이거 하면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습관, 주변 사람들로부터 지적받은 습관, 모두 한 번 생각해보세요. 이 중에서 나를 가장 망치고 있는 것부터 우선순위를 세워서 하나씩 없애봅시다. 💪